
📖 사라진 기억의 자리깊은 밤, 잊힌 조각들과 마주한 나한밤중, 문득 눈이 떠졌다. 방 안은 아직 어두컴컴했고, 몇 시쯤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. 무슨 꿈을 꾸다 깬 듯했으나, 꿈의 윤곽은 손에 닿을 듯 희미하고, 기억은 물안개처럼 스러졌다. 애써 붙잡지 않으려 했지만, 궁금함이 내 생각을 꿈의 잔상으로 이끌었고, 결국 잠은 나를 떠나버렸다. ‘지금 몇 시지? 얼마나 더 잘 수 있을까.’ 침대 옆 탁자에 시계가 있지만, 몸을 돌려 시간을 확인할 만큼 깊이 깬 건 아니었던 것 같다. 옆에 누운 아내는 여느 때처럼 평온히 자고 있다. 금방 잠들고, 아침이 올 때까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도 모를 듯한 깊은 잠. 타고난 복이다 싶다. ‘다시 잠들자.’ 하지만 생각은 생각을 부르고, 또 다른 생각을 끌어낸다.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