건너야 했던 다리, 반포대교 한국에 수많은 한강 다리가 있지만, 반포대교와 그 아래 잠수교는 내게 유난히 특별하다. 가장 많이 건너다닌 다리였고, 걸어서도 여러 번 지나갔던 곳이다. 특히 잠수교는 장마철이면 자주 물에 잠기곤 했는데, 어릴 적 나는 그것에 그리 신이 났었다. 나중에 다리 중간이 아치형으로 재건설되어 유람선이 지나갈 수 있게 되었을 때, 그 모습이 얼마나 신기했던지. 이 다리는 내가 어릴 적 살던 동네 근방에 있기도 했다. 하지만 무엇보다도, 이 다리는 내 마음 한켠에 '꼭 건너야만 하는' 목숨이 달린 다리로 각인되어 있었다. 어머니는 딸 다섯 중 셋째로 태어나셨다. 외할아버지는 합천 (함안)의 경찰서장이셨고, 6·25 전쟁 전의 그 지역은 밤이면 공비가 활개치는 위험한 곳이었다. 어머니는..